"김도영을 3구 삼진 잡다니…" 한화 7연승 이끈 김기중, 모두가 놀란 '위닝샷' 양상문표 커브였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4.08.03 09: 11

“최고 타자를 삼진 잡은 거면 진짜 잘한 거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좌완 투수 김기중(22)은 지난 2일 대전 KIA전에서 5회 1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3-1로 앞선 상황에서 선발승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2개 남은 상황. 양상문 한화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흐름을 한 번 끊어간 뒤 김기중이 힘을 냈다. 최원준을 유격수 내야 뜬공 처리하며 한숨 돌렸다. 
다음 타자는 김도영(21). 올 시즌 강력한 MVP 후보를 위기 상황에서 맞이했다. 김도영에겐 좋지 않은 기억이 얼마 전 있었다. 직전 등판이었던 지난달 20일 대전 KIA전에서 김도영에게 홈런을 맞았다. 이날도 1회 2루 직선타로 더블 플레이가 되긴 했지만 날카로운 타구였고, 4회에는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1회초 한화 선발투수 김기중이 역투하고 있다.   2024.08.02 / soul1014@osen.co.kr

8회초 KIA 선두타자 김도영이 헛스윙 삼진아웃된뒤 물러나고 있다. 2024.08.02 / soul1014@osen.co.kr

여러모로 부담스런 상황에서 김기중이 꺼낸 무기는 커브였다. 초구부터 낙차 큰 커브를 낮게 떨어뜨려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이어 2구째 커브는 몸쪽 낮게 향했다. 김도영의 배트가 나왔지만 3루 쪽 파울. 유리한 카운트를 점한 김기중은 3구째 또 커브를 던졌다. 포수 최재훈은 다른 공을 요구했지만 김기중 스스로 커브를 고집했다. 바깥쪽 높게 각을 그리면서 들어간 커브. 타이밍을 빼앗긴 김도영의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커브 3개로 3구 삼진. 절체절명의 순간, 과감한 3구 연속 커브 승부로 위기를 벗어났다. 이글스파크는 감탄과 탄성이 뒤섞였다. 허를 찌른 3연속 커브와 삼진에 모두가 놀랐다. 평소 마운드에서 감정 표현이 많지 않지만 박수를 크게 치며 기뻐한 김기중은 6회에도 최형우를 4구째 낮은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앞서 2구째 높은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등 위아래 존을 폭넓게 활용한 커브 제구가 빛났다. 
이날 총 투구수 82개를 던진 김기중은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44km, 평균 141km 직구(33개) 외에 커브(25개), 슬라이더(19개), 체인지업(5개)을 던졌다. 원래는 직구-슬라이더 위주로 던지지만 이날은 커브를 슬라이더보다 더 많이 구사했다. 커브 25개 중 19개가 스트라이크일 정도로 제구가 좋았고, 속도 조절까지 적절하게 하면서 KIA 타자들의 타이밍을 제대로 빼앗았다. 
5회초 2사 1,2루 실점 위기 맞은 한화 선발투수 김기중이 양상문 투수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4.08.02 / soul1014@osen.co.kr
1회초 한화 선발투수 김기중이 역투하고 있다. 2024.08.02 / soul1014@osen.co.kr
신무기 커브를 앞세워 5⅓이닝 5피안타 1볼넷 2사구 3탈삼진 2실점으로 KIA 강타선 막은 김기중은 한화의 10-3 승리와 함께 시즌 5승(2패)째를 따냈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4.33에서 4.20으로 낮추며 한화의 시즌 팀 최다 타이 7연승을 이끌었다. 
경기 후 김기중은 “우천 취소가 많아 (등판 간격이) 길어졌는데 그 기간 동안 준비를 잘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KIA전 이후 13일 만의 등판이었는데 그 사이 불펜 피칭을 몇 번 하면서 양상문 투수코치와 함께 변화를 준 커브가 잘 통했다. 양상문 코치는 후반기부터 한화에 합류해 투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김기중은 “양상문 코치님과 함께 그 전에 내가 던지던 커브 영상을 봤다. 코치님이 수정했으면 하는 점들이 있었고, 그걸 수정하니까 커브 각이 괜찮아지고 좋아졌다. 팔 스로잉이라든지 그런 부분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원래도 카운트 잡는 용도로 커브를 쓰긴 했지만 이날은 위닝샷으로 적극 활용했다. 3개의 삼진 모두 결정구는 커브였다. 
1회초 한화 선발투수 김기중이 KIA 선두타자 소크라테스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진 후 사과하고 있다. 2024.08.02 / soul1014@osen.co.kr
 경기종료 후 한화 류현진이 승리투수가 된 김기중을 향해 물총을 쏘고 있다.  2024.08.02 / soul1014@osen.co.kr
현재 리그 최고 타자 김도영을 승부처에서 3구 삼진 잡은 것도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될 듯하다. 김기중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치는 타자 중 한 명이다. 진짜 던질 데가 없는 타자이지만 실점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무조건 막겠다는 생각으로 던졌다”며 “채은성 선배님께서도 ‘최고 타자 삼진 잡은 거면 진짜 잘한 거다’고 말씀해주셨다”고 이야기했다. 
앞서 2경기 연속 2이닝 이하로 조기 강판되면서 마음 고생도 했다. 답답한 마음에 유신고 1년 선배 투수 소형준(KT)에게도 전화 통화로 고민을 털어놓았다. 김기중은 “이전 2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혼자 생각을 많이 했다. 문제가 아닌 것들도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형준이형과 통화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봤다. ‘더 잘 던지려 하면 안 된다. 어차피 아웃 잡을 타자에겐 아웃 잡는 거고, 안타 맞을 타자에겐 맞게 돼 있다. 결과 신경쓰지 말고 편하게 던지는 게 좋다’고 말했는데 그거 믿고 던지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지난 6월27일 대전 두산전에서 시즌 3승째를 거둔 뒤 다음 목표로 내세웠던 5승을 36일 만에 2승을 추가해 달성했다. 다음 목표에 대해 “이제 7승이다”며 웃은 김기중은 “엄청 많은 경기가 남은 건 아니지만 다치지 않고 더 많은 승리를거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수비에서 어려운 타구가 많이 갔는데 선배님들이 도와주셨다. 포수 (최)재훈 선배님도 잘 이끌어주셔서 좋은 결과 있었다”며 승리를 도와준 선배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1회초 한화 선발투수 김기중이 역투하고 있다. 2024.08.02 / soul1014@osen.co.kr
경기종료 후 승리투수가 된 한화 김기중이 김경문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4.08.02 / soul101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