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슈퍼 재능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160km 파이어볼러’ 김서현(20)이 지난주 천재 타자 2명을 삼진 처리하며 포효했다. 이제는 불펜 필승조 승급 단계를 밟고 있다.
김서현은 지난주 하이라이트 필름을 2개나 만들어냈다. 현재 KBO리그를 대표하는 ‘천재 타자’ 강백호(KT), 김도영(KIA)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달 31일 수원 KT전. 10-7로 앞선 7회말 2사 1루에 구원등판한 김서현은 강백호를 첫 타자로 상대했다. 초구 슬라이더가 바깥쪽 보더라인에 걸치면서 스트라이크를 잡은 김서현은 2구째도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던져 헛스윙을 뺏어냈다.
투스트라이크 유리한 카운트에서 김서현은 또 슬라이더를 택했다. 가운데 낮은 쪽으로 살짝 휘는 슬라이더에 강백호의 배트가 헛돌았다. 풀스윙을 돌린 강백호가 타석에 주저앉았고, 김서현은 크게 글러브를 치면서 기뻐했다.
슬라이더 3개로 강백호를 3구 삼진 처리한 김서현은 8회말에도 삼자범퇴로 막고 1⅓이닝 무실점 퍼펙트 홀드를 거뒀다. 8회말 오재일도 7구 승부 끝에 김서현의 슬라이더에 속아 삼진을 당했다.
이튿날인 1일 KT전에서 연투에 나선 김서현은 8회말 2사 1,2루에 등판, 박민석을 헛스윙 삼진을 잡고 이닝을 정리했다. 이번에도 슬라이더가 위력적이었다. 1~2구 연속 바깥쪽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은 뒤 5구째 존 아래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뺏어냈다.
9회말 3타자 연속 볼넷을 주고 무사 만루에서 강판된 게 아쉬웠지만 후유증은 없었다. 그 다음 등판인 3일 대전 KIA전에서 김서현은 1이닝 1피안타 1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3-4로 뒤진 7회초 1사 1,2루에서 김도영을 삼진 처리한 게 백미였다.
초구 볼 이후 2~3구째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 파울로 유리한 카운트를 점한 김서현은 결정구로 직구를 택해 정면 승부를 들어갔다. 트랙맨 기준 시속 156km 직구가 낮게 깔려들어가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고, 김도영이 꼼짝 못한 채 지켜봤다. 타석에서 바로 뒤돌아 덕아웃으로 향할 만큼 완벽하게 잘 들어갔다. 쳐도 좋은 타구가 나오기 어려운 공이었다.
다음 타자 최형우도 초구 직구로 유격수 땅볼 유도한 김서현은 1사 1,2루 위기를 실점 없이 극복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을 1.53으로 낮추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들어온 ‘파이어볼러’ 김서현은 첫 해부터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60.7km를 뿌리며 특별한 재능을 뽐냈다. 이후 갑작스런 제구 난조로 성장통을 겪었고, 올해도 잦은 투구폼 변화 속에 1~2군을 오르내리며 방황했다.
하지만 6월초 김경문 감독 부임 후 변화가 시작됐다. 김경문 감독이 2군에 있던 김서현을 따로 대전에 불러 식사 자리를 가지며 풀죽어있던 유망주의 자존감을 살렸다. “생각이 너무 많다. 네 나이에는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며 갈피를 잡지 못하던 김서현을 일깨웠다. 그 이후 투구폼을 하나로 고정했고, 몸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이중키킹을 시작한 뒤 투구 밸런스와 제구가 점차 잡히기 시작했다.
7월 1군 복귀 후 11경기 1패2홀드 평균자책점 0.84로 잠재력이 터지고 있다. 10⅔이닝 동안 볼넷 7개를 내주긴 했지만 삼진 11개를 잡았고, 피안타율은 2할에 불과하다. 지난달 28일 잠실 LG전 데뷔 첫 홀드를 거두는 등 조금씩 중요한 타이트하고, 중요한 상황에 나서며 필승조 승급 과정을 밟고 있다.
1군에 돌아온 뒤 김서현은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에게 여러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김서현은 “와이스와 캐치볼을 같이 하는데 나랑 팔 스로잉이 비슷해서 배울 게 많다. 빠른 볼 투수인데도 변화구가 좋다. 투심성 체인지업과 슬라이더 뺏으려고 한다”고 의욕을 보였다.
와이스도 “김서현이 어떻게 하면 더 잘 던질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그럴 때마다 ‘넌 직구도 좋고, 좋은 변화구도 갖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네 자신을 최대한 믿고 자신 있게 던지는 것이다’는 말을 해줬다”며 “최근 들어 김서현이 정말 잘하고 있다. 자기 자신을 믿는다면 더 잘할 것이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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