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로선 그날의 충돌로 잃은 게 너무 크다. 외국인 타자 로니 도슨(29)과 최고참 이용규(39)가 연이어 시즌 아웃되면서 외야가 휑하니 비었다.
키움은 지난달 31일 고척 NC전에서 7회초 수비 중 좌익수 도슨과 중견수 이용규가 충돌하면서 동반 교체됐다. 권희동의 좌중간 가르는 타구를 쫓던 도슨과 이용규가 서로를 미처 보지 못했다. 도슨의 오른쪽 무릎과 이용규의 가슴이 세게 부딪쳤다. 전력으로 뛰면서 가속도가 붙다 보니 충돌 여파가 컸다.
공이 옆으로 흘렀지만 둘 다 쓰러진 채 공을 줍지 못했다. 그 사이 권희동이 전력 질주해 홈까지 들어오며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기록했다. 4분가량 시간이 흐른 뒤 가까스로 일어선 두 선수 모두 교체됐다. 이용규는 단순 타박상으로 나와 한시름 놓았지만 도슨의 경우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 부분 손상 소견을 받았다. 4차례 교차 검진을 받았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남은 시즌 내 복귀가 어려워짐에 따라 시즌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됐다.
키움은 부상 대체 외국인 타자를 찾으면서 도슨에 대한 보류권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도슨이 무릎 수술을 택한다면 최소 10개월은 재활이 불가피하다. 내년 여름 복귀가 가능한 만큼 키움과 동행은 어렵다. 리스크를 안고 수술 없이 재활을 한다면 내년 시즌 개막에 맞춰 복귀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키움과 시즌 시작부터 동행이 이어질 수 있지만 무릎 부상에 따른 운동능력 저하는 우려되는 요소다.
그래도 타격은 확실히 검증됐다. 지난해 7월 대체 선수로 키움에 온 도슨은 2년간 152경기 타율 3할3푼2리(611타수 203안타) 14홈런 86타점 OPS .887을 기록했다. 장타력은 조금 아쉽지만 좌우 투수 가리지 않는 컨택 능력을 보여줬다. 쾌활한 성격과 에너지로 선수단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했다.
키움 구단도 9일 미국으로 돌아가는 도슨을 위해 작지만 의미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8일 고척 SSG전을 앞두고 도슨의 부상 회복 기원 행사를 열어준 것이다. 경기 전 팬 사인회를 가진 도슨은 홍원기 감독과 주장 송성문에게 각각 선수단 사인이 새겨진 기념 액자와 꽃다발을 받고 작별 인사를 했다.
도슨은 “무릎 수술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미국에서 의사들의 의견을 더 받아보고, 가족들과 상의한 다음 결정할 것이다”며 “나의 가장 큰 목표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내년에 KBO리그에 돌아와 뛰는 것이다. 부상 이후 키움 구단에서 성심성의껏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도와줬고, 이렇게 마지막 행사도 준비해줬다. 누구나 이런 팀에서 뛰고 싶을 것이다”고 복귀 의지를 드러냈다.
다음을 기약하며 도슨을 떠나보낸 키움. 그러나 또 부상 악재가 날아들었다. 도슨과 부딪쳤던 이용규마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것이다. 이용규는 지난 7일 고척 SSG전에서 3회말 상대 투수 드류 앤더슨의 3구째 낙차 큰 커브에 오른쪽 3번째 발가락을 맞았다. 통증을 참고 1루에 나섰으나 결국 대주자로 교체됐다.
검진 결과 이용규는 발가락 골절로 나왔다. 치료와 재활에 5개월가량 걸려 남은 시즌 복귀가 어려워졌다. 사실상 시즌 아웃. 도슨에 이어 이용규까지 동반 이탈하면서 키움은 외야 주전 두 자리가 비게 됐다.
1985년생 39세로 키움 선수단 중 최고참인 이용규는 올 시즌 나이를 잊은 활약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풀타임 주전은 아니었지만 60경기 타율 3할6리(183타수 56안타) 1홈런 12타점 27득점 31볼넷 9사구 33삼진 출루율 .429 장타율 .372 OPS .801로 활약했다. 규정타석은 아니지만 한화 소속이었던 2016년(.352) 이후 8년 만에 3할 타율을 찍었다. 중견수로서 여전히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며 건재를 알린 한 해가 됐다.
이용규는 올 시즌을 끝으로 FA가 될 수 있다. 지난해에는 FA 자격을 얻고도 신청하지 않았지만 올 겨울에는 상황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 나이는 많지만 C등급으로 보상선수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 성적을 내야 할 팀들 사이에서 시장 수요가 있을 수 있다. 젊은 선수들로 리빌딩 중인 키움이라 적정 금액이 아니면 잡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내년 시즌을 떠나 키움으로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수에서 활약하던 도슨과 이용규의 시즌 아웃 악재 속에 탈꼴찌가 쉽지 않아졌다. 지난 8일 SSG전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막은 아리엘 후라도의 호투에 힘입어 2연패를 끊고 46승59패(승률 .438)가 됐지만 9위 롯데(45승54패3무 승률 .455)에 2경기 차이로 뒤져있다. 남은 39경기를 도슨과 이용규 없이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2경기 차이를 뒤집는 것도 만만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