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봐도 꼴찌 같지 않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주축 선수들의 부상 악재에도 무너지지 않고 있다. 탈꼴찌를 넘어서 실낱같은 5강 희망도 살렸다.
키움은 지난 9~11일 대전 한화전을 2승1패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3연전 첫 날 ‘다승 1위’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를 선발로 내세우고도 역전패를 당했지만 이후 2경기를 모두 잡았다. 7월 중순부터 무서운 상승세를 타던 한화도 키움에 덜미를 잡혀 21일 만에 연패를 당했다.
10일 경기에선 투수들의 호투가 빛났다. 2⅓이닝 1실점으로 막던 선발 김인범을 41구 만에 교체한 뒤 구원으로 나온 김선기가 3⅔이닝 퍼펙트로 한화 타선을 봉쇄했다. 조상우(1이닝), 김성민(⅔이닝), 주승우(1⅓이닝)로 이어진 불펜이 3이닝 무실점을 합작하며 3-1 승리를 완성했다.
11일 경기 전 김경문 한화 감독은 전날 경기를 복기하며 “우리 타선이 생각보다 안 맞았는데 키움 불펜 승리조 투수들이 많이 좋아졌더라. (키움이)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많이 잡는다. 절대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순위는 10위이지만 쉽게 볼 수 없는 팀이라는 의미였다.
11일 경기도 키움이 한화에 7-3으로 승리했다. 3회까지 한화 선발 하이메 바리아 상대로 송성문의 스리런 홈런, 원성준의 솔로 홈런 등 장단 9안타로 7득점을 폭발하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송성문, 김건희, 원성준이 나란히 3안타씩 맹타를 터뜨렸고, 선발투수 하영민도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위닝시리즈에 성공한 10위 키움은 48승60패(승률 .444)를 마크, 9위 한화(48승57패2무 승률 .457)에 1.5경기 차이로 따라붙으면서 탈꼴찌 가능성을 높였다. 5위 SSG(54승55패1무 승률 .491)와도 5.5경기 차이로 실낱같은 가을야구 희망도 이어나갔다.
100경기를 넘은 시점까지 키움이 순위 싸움에서 처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시즌 전 모든 전문가들이 키움을 꼴찌 전력으로 봤다. 투타 기둥이 사라졌으니 당연했다. 에이스 안우진이 팔꿈치 인대접합수술과 함께 군입대했고, 간판 타자 이정후는 미국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마무리투수 조상우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빠진 전력이 너무 컸다.
개막 엔트리에 무려 6명의 신인이 들어간 리빌딩 시즌이었다. 5월말에는 주전급 내야수 김휘집을 신인 지명권 2장을 받고 NC에 트레이드하며 미래를 초점을 맞췄지만 쉽게 지지 않는다. 리그 최고의 외인 원투펀치 아리엘 후라도와 헤이수스, 그리고 토종 에이스 하영민까지 든든한 선발 3명을 중심으로 김혜성, 송성문, 이주형, 로니 도슨 등 강력한 좌타 라인이 타선을 이끌었다. 투수 주승우, 김윤하, 포수 김건희, 내야수 고영우, 외야수 원성준 등 각 포지션별로 새얼굴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팀 내 경쟁과 동기 부여, 선순환 구조가 이뤄졌다.
시즌 중 전력 손실도 계속 극복하고 있다. 불펜 필승조 김재웅이 6월초 상무에 입대했고, 김동헌, 이형종, 이원석, 조상우, 장재영, 등 부상자 발생이 끊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31일 고척 NC전에서 외야 수비 중 충돌로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손상된 외국인 타자 도슨은 그대로 시즌 아웃됐다. 치명적인 전력 손실로 키움의 10위 자리가 굳어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도슨이 빠진 자리에 투입된 외야수 임병욱이 1군 콜업 후 8경기 타율 2할8푼(25타수 7안타) 2홈런 5타점 OPS .896으로 활약 중이다. 도슨이 떠난 뒤에도 키움은 8월 9경기 6승3패(승률 .667)로 리그 공동 2위. 이용규가 지난 7일 고척 SSG전에서 상대 공에 맞아 발가락 골절로 시즌 아웃되고, 김혜성이 목에 담 증세로 최근 5경기 연속 결장했지만 키움은 지지 않는다.
지난달 21일 공동 9위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6월2일부터 10위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키움이지만 아무리 봐도 꼴찌팀 같지 않다. 키움의 승률 4할4푼4리는 역대 꼴찌팀 중에서 두 번째 높은 기록이다. 2001년 8개 구단 시절 8위 롯데(59승70패4무 승률 .457) 이후 가장 높은 승률로 KBO리그의 전력 평준화와 혼전을 이끌고 있다.
2~3위 LG와 삼성 상대로 각각 7승4패, 6승5패로 강세를 보이는 등 상위권 팀들도 키움이 부담스럽다. 8~9위 롯데와 한화에도 각각 7승5패, 9승6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키움이 꼴찌를 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