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이하 문체부)가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에 제동을 걸었다.
문체부는 16일 대한배드민턴협회가 발표한 자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정관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절차 준수를 권고했다.
문체부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자체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이 절차적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주무관청의 감독 권한(민법 제37조)를 활용해 '협회 정관에 따라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구성하라'고 권고했다"라고 입장 밝혔다.
배드민턴협회는 지난 15일 "2024 파리 올림픽 기간 중 보도된 안세영(22, 삼성생명) 선수의 인터뷰 내용 관련 협회 자체 진상조사위원회가 16일 비공개로 진행됨을 알린다"라고 전했다.
협회는 "구성 위원은 5명으로 변호사 2명과 교수, 협회 인권위원장과 감사 등이 포함된다"라며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어 협회는 "진상조사위원회는 국가대표 선수단의 선수 부상 관리와 국제대회 참가 시스템, 대표선수 훈련 시스템, 관리 규정 등을 조사해 제도개선 및 배드민턴 발전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문체부는 "협회 정관(제14조 제2항 제4호)은 단체 내 '각종 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사항’에 대해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는 '협회의 장은 그 내용이 경미하거나 또는 긴급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이를 집행하고, 차기 이사회에 이를 보고하여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예외 조항(제17조 제1항)을 활용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라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이번 진상 조사를 '경미'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문체부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은 결코 경미한 사항이 아니"라며 "또한, 지난 7일 회장이 귀국했을 때 즉시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 소집은 원칙적으로 5일 전 이사들에게 통보해야 하나, 긴급한 경우 그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8월 15일 광복절에 이를 발표하였다"고 지적했다.
또 문체부는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단 대부분이 '2024 다이하츠 일본 오픈(8월 20~25일)'에 참가하기 위하여 이번 주 일요일(18일) 출국해서 다음 주 일요일(25일)까지 현지에서 체류해야 하므로, 물리적으로 신속한 조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최근 대한배드민턴협회와 관련된 수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은 회장이 단독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 이사회에서 충분한 숙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보았다"라고 설명했다.
안세영은 지난 5일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건 직후 그는 "나는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하고는 계속 (함께) 가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이야기를 잘 해봐야 하겠지만, 많이 실망했다. 나중에 다시 설명할 날이 오면 좋겠다. 협회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줄지 잘 모르겠다. 난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도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폭탄 발언을 남겼다.
안세영의 폭탄 발언은 대한배드민턴협회와 갈등으로 이어졌다. 최근엔 개인 스폰서와 관련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협회는 안세영의 발언과 관련해 10장에 달하는 보도자료를 내는 등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또한 안세영이 중학교 3학년이던 지난 2017년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뒤 7년 내내 막내라는 이유로 악습에 시달려 왔단 이야기까지 더해지면서 협회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커졌다. 안세영은 그동안 선수촌 내에서 일부 선배들의 방 청소와 빨래를 대신하고 라켓 관리까지 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협회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파리 올림픽 기간 중 나온 안세영 인터뷰 및 이후 나온 시대착오적 대표팀 내 위계질서 논란을 해결할 것이라 밝혔다. 단 협회는 "진상조사위원회는 외부조사위원 및 진술 관계자의 요청으로 시간 및 장소를 포함해 완전 비공개로 진행된다"라며 정보 공개에 대해 일방적인 자세를 취했다.
협회는 "안세영 선수와 면담은 실시하지 않고 오는 일요일 국제대회 참가 예정인 국가대표 지도자를 대상으로 우선 실시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한편 안세영은 16일 자신의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스무살이 넘었지만 그 동안 운동과 훈련만 파고 들며 열심히 했지, 지혜롭게 인생을 헤쳐 나가는 방법은 아직 한참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다시 한번 모든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와 관계자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과 심려를 끼쳐드린 국민 분들께 죄송합니다"라고 사과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저에 관해 많은 기사들이 나오고 있지만 제가 궁극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불합리하지만 관습적으로 해오던 것들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바뀌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에 대한 것"이라며 "협회 관계자 분들이 변화의 키를 쥐고 계신만큼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행동해 주셨으면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