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아니어도 좋다. 한국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미들블로커 김현정(26)이 다시 봄을 꿈꾼다.
도로공사는 2024~2025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구성을 크게 바꿨다. 등록 선수 14명(외국인 포함) 중 6명이 새로 팀에 합류했다. 직전 시즌까지 IBK기업은행에서 뛰던 김현정도 트레이드를 통해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2024 VTV(베트남텔레비전)컵에 참가 중인 김현정은 27일 베트남 닌빈에서 “새로운 팀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조금 부담됐지만, 팀이 저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었다”고 이적 당시 심정을 전했다.
지난 시즌 6위에 머문 도로공사는 새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린다.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였던 강소휘를 영입해 국내 날개 공격수를 보강했다. 김현정 합류로 미들블로커 전력도 상승했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김현정과 김세인(아웃사이드 히터) 합류로 지난 시즌보다 백업진이 더 탄탄해졌다”며 “두 선수는 주전 경쟁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사령탑의 말을 전해 들은 김현정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웃으며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눈을 반짝였다.
도로공사엔 V리그 여자부 정상급 미들블로커 배유나가 있다. 김현정도 배유나와 함께 훈련하며 느끼는 점이 있다. 그는 “팀마다 공격 타이밍이 달라서 도로공사에 온 뒤로 (배)유나 언니에게 계속 물어본다”며 “제가 잘 못 하면 유나 언니가 먼저 다가와 ‘이 타이밍에 뜨면 좋을 것 같다’는 말도 해준다. 배울 점이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라는 팀이 익숙하진 않지만, 낯설진 않다. 처음 프로 선수가 됐을 때 GS칼텍스에서 함께 뛰었던 강소휘와 도로공사에서 재회한 것도 색다른 재미다. 김현정은 “(강)소휘 언니랑 (VTV컵에서) 정말 오랜만에 같이 시합을 뛰었다”며 “서로 ‘나 어땠어?’, ‘안 되면 얘기해줘’라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시간이 지나 다시 같은 팀에서 뛰는 느낌이 재밌다”고 미소지었다.
김현정은 인터뷰하며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그는 “감독님이 저를 생각하고 영입한 만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며 “여기서 실망시키면 죄송할 것 같다”고 속내를 전했다. 2024~2025시즌 김현정의 목표는 봄배구다. IBK기업은행에서 다섯 시즌을 보낸 그는 딱 한 차례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김현정은 “일단 봄배구를 하고 싶고, 팬들에게 ‘김현정 잘 데리고 왔다’는 야이기를 듣고 싶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주전이 되고 싶지만, 크게 욕심내지 않겠다. 밑바닥부터 천천히 올라가 제가 가진 실력을 조금씩 보여드리겠다”며 “잔실수 하지 않고, 공을 한 번이라도 더 건져 올리고, 한 발 더 움직여 커버하는, 팀에 도움 되는 플레이를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