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이 산다네요" 복귀 첫 타석 결승포, 마흔 해결사 쑥스러운 자기칭찬, 틀린 말은 아니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4.08.28 08: 10

"영화같이 산다고 그러네요".
부상을 털고 돌아온 KIA 타이거즈 베테랑 최형우(40)가 쑥쓰러운 자기 칭찬을 했다. 지난 2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 출전해 1회 첫 타석에서 선제 투런홈런을 날렸다. 팀은 10-4로 승리했고 결승타가 되었다. 말 그대로 드라마틱한 복귀신고식이었다.
개막부터 4번타자로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폭염이 시작되면서 체력도 떨어지고 스윙도 무뎌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6일 광주 KT전 마지막 타석에서 스윙을 하다 오른쪽 옆구리에 이상을 느꼈다. 검진결과 내복사근 손상 판정을 받아 이탈했다.  3주 동안 자리를 비웠고 지난주 타격훈련과 퓨처스 실전을 거쳐 이날 1군에 등록해 복귀했다.

이범호 감독은 지명타자 겸 4번타자로 기용했다. 동시에 최형우가 복귀한 완전체 타선에 큰 기대를 걸었다. 12승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턱 골절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한 위기 상황이었다. 이 감독은 "네일의 빈자리를 메우려면 답이 없다. 대신 점수를 뽑을때 확실하게 뽑아야 한다"며 화끈한 공격야구를 주문했다.
최형우는 1회 첫 타석에서 감독의 기대에 응답했다. 2사후 김도영이 우전안타로 출루하가 SSG 엘리아스의 3구 슬라이더를 통타해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커다란 홈런을 작성했다. 4년만에 시즌 20호 홈런을 작성했고 93개에서 멈췄던 타점 시계도 재가동했다. 최형우의 홈런은 기폭제가 되었다. 2회 두 점을 추가하고 4회 대거 6점을 뽑아 승기를 잡았다.
"첫 타석에서 이런 결과를 낼 줄은 나도 몰랐다. 대신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처음부터 진짜 말이 안되게 선물로 나왔다. 4년만에 20홈런 쳐서 기분이 좋았다. 아직 힘이 있구나 생각을 했다"며 "내 입으로 이런 말하기는 그런데...홈런 치니까 후배들이 영화같이 산다고 그랬다. 쉬다가 오자마자 홈런치니 띄워주려고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 홈런으로 이겼으며 다행이었다"며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하마트럼 복귀 첫 타석 투런홈런이 사라질뻔했다. 4-0으로 앞선 4회말 무사 만루에서 폭우가 내렸다. 노게임이 선언될 위기였다. 후배들과 함께 처음으로 하늘을 보고 제발 비가 멈추어달라는 기원을 했다. 기도가 통했는지 비가 그치면서 52분만에 경기를 재개했다. 4회말 6점을 뽑느라 시간을 많이 소비했다. 또 많은 비가 예보된지라 마음이 급해졌다. 
"초조하게 기다렸는데 비가 멈추더라. 진짜 엄청 쫄았다. 원래 비오면 라커룸에 들어가 핸드폰 보고 쉰다. 오든지 말든지 관심이 없었다. 이번에는 SSG에게 약했던 것도 있어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4회 6득점 과정) 애들이 적극적으로 쳤는데 모두 정타에 맞더라. 다급했다. 나도 그렇고 우혁이도 2안타 쳤다. 모두들 급했다"며 웃었다. 
이범호 감독이 부상 재발을 걱정할 정도로 빠른 복귀였다. 정작 최형우는 "빨리 복귀했다는데 그건 아니다. 팀이 잘하고 있는데 빨리 복귀할 생각도 없었다. 통증이 없어 준비에 들어갔다. 테스트를 해보니 통증이 없으니까 복귀한 것이다. 80%만 회복했다는데 아프지 않으면 뛰어야 한다, 선수들은 다 그렇다. "며 소감을 밝혔다. 
최형우의 복귀 홈런은 리그를 지배했던 불꽃타선의 재가동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최형우 자신도 남은 22경기에서 해결사로 정규리그 우승을 완수해야하는 미션을 부여받았다. "야수는 엄청 좋은데 투수들이 이렇게 아픈 것은 처음인 것 같다. 그래도 1등을 해서 신기하다"며 웃었다. 후배들의 말처럼 극적인 순간에 해결사가 돌아왔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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