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확실한 전략으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키움은 지난 11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총 14장의 신인 지명권을 행사했다. 김휘집을 NC로 트레이드 하면서 1라운드(7순위), 3라운드(27순위) 지명권을 받았다. 이지영을 SSG로 사인&트레이드로 떠나보내며 3라운드(28순위) 지명권을 받았다. 상위 30순위 안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6장의 지명권을 행사한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전체 1순위로 신인선수를 지명했다.
전체 1순위 지명의 영예를 안은 주인공은 덕수고 좌완 에이스 정현우다. 정현우는 고교 통산 29경기(101⅓이닝) 11승 1패 평균자책점 1.24을 기록한 특급 에이스다.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정현우는 구위 뿐만 아니라 변화구와 제구력도 좋아 완성형 신인으로 평가받는다. 전주고 우완 에이스 정우주가 올해 초까지 가장 유력한 전체 1순위 지명 후보로 주목을 받았지만 정현우가 꾸준히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여주며 평가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키움 고형욱 단장은 “우리는 진작에 정현우를 뽑을거라고 오픈을 했다. 정현우 이야기가 나온지 한참 되지 않았나. 그만큼 미리 정했다고 보면 된다”라며 정현우의 성공을 확신했다.
1라운드에서 2명의 선수를 지명할 수 있었던 키움은 1라운드 지명권 2장을 모두 투수에 투자했다. 정현우에 이어서 전체 7순위로 충훈고 우완 에이스 김서준을 지명한 것이다.
김서준은 고교 통산 18경기(56이닝) 2승 3패 평균자책점 2.25을 기록했다. 190cm 장신 우완투수로 최고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진다. 9이닝당볼넷이 2.09에 불과할 정도로 좋은 컨트롤이 강점이다. 고형욱 단장은 “스카우트들 사이에서는 유명했던 선수다. 청소년 대표팀에 나가기 전에 컨디션 조절을 잘하지 못해서 조금 헤맸지만 한창 좋을 때는 정말 좋았다. 9이닝당탈삼진도 14.46개나 되고 볼넷도 거의 내주지 않는다. 이번에 밸런스가 많이 안좋았지만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스트라이크를 집어넣더라. 이거는 진짜 타고나는 재능이다”라고 설명했다.
1라운드 지명권을 모두 투수에 투자한 키움은 이후 야수 유망주를 적극적으로 지명하기 시작했다. 2라운드에서 휘문고 내야수 염승원(11순위)을 지명했고, 3라운드에서도 경기고 내야수 어준서(21순위)와 대구상원고 내야수 여동욱(27순위)을 연달아 지명했다. 이후 비봉고 좌완투수 박정훈(28순위)과 4라운드 경기고 우완투수 윤현(31순위)을 뽑았다. 5라운드 마산용마고 내야수 전태현(41순위), 6라운드 대구고 내야수 양현종(51순위), 7라운드 대구고 내야수 권혁빈(61순위)을 지명하며 이번 드래프트에서 내야수만 6명을 데려왔다.
“나는 내야수를 몇 명 뽑았는지 세어보지도 않았다”라며 웃은 고형욱 단장은 “앞으로 이 선수들이 어떻게 성장하느냐가 중요하다. 모두를 내야수로 키울 수는 없다. 그래도 우리가 아마추어 때 좋게 보고 원했던 선수들을 뽑았다. 그런 부분에서는 만족스럽다. 현장과 의논을 해야겠지만 내야를 볼 선수는 내야를 보고 외야로 빠질 선수는 빠져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내야수는 많이 뽑았지만 외야수는 1명도 뽑지 않았다. 외야수가 내야수로 들어오기는 힘들어도 내야수를 외야수로 보내는 것은 가능하다”라고 이야기했다.
키움이 이렇게 과감한 전략을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은 성공사례에 기반한 자신감 덕분이다. 고형욱 단장은 “우리 팀에 엄청난 성공사례가 있지 않나”라고 웃으며 “대형 유격수가 아니라 최고의 외야수가 됐다”라고 이정후(샌프란시스코)를 거론했다. 이정후는 고등학교에서는 유격수로 뛰었지만 키움 입단 직후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리그를 지배하는 타자가 됐고 올 시즌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키움은 1라운드에서는 투수, 이후 라운드에서는 야수 유망주를 모으는데 집중했다. 투수는 질, 야수는 양을 선택한 모양새다. 지난해 드래프트에서도 1라운드에서 전준표(8순위)와 김윤하(9순위)를 지명하며 좋은 투수를 모으기 위해 노력했다. 2년 동안 1라운드 투수 4명을 모은 것은 앞으로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하기 위한 투수진을 꾸리는데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올해 모은 야수 유망주들이 기대대로 1군에서 자리를 잡는다면 뎁스를 더 두텁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