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 달여의 시간 동안,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확고부동한 메이저리그 최고 홈런왕이 될 기세였던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주춤한 사이,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기록 도장깨기 원맨쇼를 바탕으로 홈런을 거침없이 추가했다. 정규시즌 막판, 다시 통합 홈런왕 경쟁에 불이 붙었다.
올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 자리는 애런 저지와 오타니의 경쟁이었다. 50홈런-50도루라는 전대미문에 도전하는 오타니가 독보적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저지의 파괴력이 대단했다. 올해 저지는 시즌 첫 33경기에서 타율 1할9푼7리(122타수 24안타) 6홈런 18타점 OPS .725로 부진했지만 이후 거의 매 경기 불타올랐다.
폭발적인 홈런 페이스를 기록하면서 8월 26일(이하 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서 50,51호 멀티 홈런을 달성했다. 62홈런으로 ‘청정 홈런왕’ 타이틀에 올랐던 2022년을 뛰어넘을 기세였다. 한때 65홈런 페이스였고 다소 주춤했지만 여전히 63홈런을 때려낼 수 있을 페이스였다.
저지가 51홈런을 때려낸 시점, 오타니는 41홈런을 기록하고 있었다. 내셔널리그 홈런 선두는 오타니의 몫이었지만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왕은 저지가 당연히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10개 차이의 격차가 쉽게 좁혀질 리가 없었다.
그런데 저지와 달리, 오타니는 꾸준하게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리고 지난 20일 마이애미 말린스전 50홈런-50도루 대기록을 달성하는 등 미쳐 날뛰고 있다.
23일 기준, 이제 두 선수의 홈런 격차는 단 2개다. 저지는 16경기 연속 무홈런을 딛고 다시 홈런포 가동을 재개했다. 22~23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이틀 연속 홈런을 때려냈다.
그러자 오타니도 곧장 쫓아갔다. 23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서 9회 동점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53번째 홈런을 때려냈다. 4-5로 뒤지던 9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한 오타니는 1볼 2스트라이크에서 세스 할버슨의 4구째 88.7마일 스플리터를 걷어 올려 우중간 담장을 훌쩍 넘기는 동점 솔로포, 그리고 53호포를 터뜨렸다.
오타니와 저지의 홈런 격차는 한 달 만에 10개에서 2개로 줄었다. 저지가 51번째 홈런을 때려낸 이후 25경기 중 16경기 연속 무홈런 기간이 포함되어 있었고 타율 2할6푼7리(86타수 23안타) 4홈런 16타점 OPS .899에 그쳤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오타니는 25경기 타율 3할4푼6리(104타수 36안타) 12홈런 29타점 15도루 OPS 1.165의 맹타를 휘둘렀다.
양키스와 다저스 모두 6경기씩을 남겨두고 있다.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은 확정지었지만 지구 우승까지 결정짓지는 못한 상황. 양 팀 모두 저지와 오타니의 홈런포가 절실하다. 리그는 다르지만, 저지와 오타니의 홈런왕 진검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