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듯합니다.”
이제 어엿한 주전 선수가 됐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2루수 고승민은 2024년 9월 27일 자로 구단 2루수의 새 역사가 됐다. 고승민은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 3번 2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4안타(1홈런) 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3-6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 4회 2사 1,2루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고승민은 NC 선발 임상현의 초구 120km 커브를 걷어올려 우측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 홈런을 때려냈다. 이 홈런으로 3타점을 추가하며 시즌 85타점 째를 기록, 롯데 구단 단일 시즌 2루수 최다 타점을 기록하게 됐다. 종전 기록은 1999년 ‘탱크’ 박정태의 83타점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풀타임 2루수 시즌을 치렀는데 단숨에 롯데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
경기 후 고승민은 “오늘 너무 좋은 타이밍과 포인트에서 맞아서 크게 넘어갔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홈런의 순간을 되돌아봤다. 이어 “오늘 타점 기록 깨지 않았나요?”라면서 2루수 타점 기록을 의식했다는 것을 넌지시 알렸고 “이제 만족한다. 그리고 내년에는 제가 또 기록을 경신하면 좋을 것 같다”라고 웃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얻은 안치홍이 한화로 떠나면서 롯데의 2루수 자리는 무주공산이었다. 고승민이 2루수 훈련을 꾸준히 받았지만 주전으로 낙점받지는 못했다. 외야와 1루 등 포지션 방황을 끝내고 다시 정착하려고 했지만 팀의 사정상 곧바로 2루수로 투입되지 못했다. 결국 한 차례 2군에서 타격 재조정 과정을 거쳤고 이때 2루수로 정착을 시도했다. 그리고 2루수로 확실하게 정착했다. 107경기(97선발) 832이닝을 소화하며 주전 2루수로 도약했다. 타격 성적도 리그에서 수준급이다. 타율 3할5리(476타수 145안타) 13홈런 85타점 OPS .824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적과 함께 고승민은 오는 11월 열리는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대표팀 예비명단 60인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태극마크의 기회가 왔다. 하지만 올해는 대표팀에 나설 수 없다.
고승민은 지난해 6월,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왼손 엄지 손가락 인대 부분 파열 부상을 당해 한 달 가량 결정했다. 그리고 약 1년이 지난 올해에도 고승민은 똑같은 부위에 부상을 당했다. 6월 26일 사직 KIA전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전열에서 이탈했다. 그러면서 왼손 엄지 인대가 사실상 없는 상태에서 시즌을 치렀고 통증의 근원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수술대에 오른다. 오는 10월14일 안암 고대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3개월 가량 재활을 할 예정이다. 재활이 모두 완료되면 내년 스프링캠프 참가까지는 문제 없을 전망.
하지만 성인 무대에서 첫 태극마크 기회가 이렇게 물건너 갔다. 그는 “작년에 다쳤을 때 60% 정도가 끊어졌는데 계속 참고 하다가 악화됐다. 올해 한 번 더 다치면서 지금 인대가 완전히 끊어진 상태다”라며 “타격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다른 것을 할 때, 슬라이딩을 할 때나 다른 것을 할 때 아프다. 그리고 고기 집게도 못 집고 헬멧도 제대로 못 든다”라고 현재 자신의 상태를 설명했다.
태극마크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수술 날짜가 잡히기 전까지 대표팀에 발탁되면 나가보고 싶다는 얘기를 계속 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께서 무조건 수술을 바로 해야 한다고 해서 수술을 받게 됐다”라며 “계속 이렇게 하면 저만 손해라고 생각해서 시즌 끝나고 그냥 수술하는 게 더 나은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곱씹었다.우여곡절 끝에 풀타임 시즌을 마치게 됐다. 그는 “올해 아쉽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또 재밌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좀 뿌듯한 것 같다”라며 올 시즌을 점수로 매겨달라고 하자 “100점 만점에 몇점인지, 저는 점수를 매기지 못하겠다. 팬 여러분들이 매겨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평가를 유보했다.
고승민의 재발견, 그리고 윤동희 나승엽 황성빈 손호영 등 기대주들의 급성장으로 모두가 두려워할 만한 타선이 구축됐다. 그러나 결국 올해도 가을야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금의 쓰라린 경험을 발판 삼아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있다. 그는 “수원에서 가을야구 탈락이 확정되니까, ‘더 하기 싫다’는 생각이 솔직히 있었다. 너무 아쉬웠다. 올해 우리 타선이 너무 좋고 다 잘쳤는데 아쉬웠다”라며 “어떻게 보면 젊은 선수들이 지금 중심에 서 있는데 제가 중심을 잘 못잡아서, 잘 못해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아픈 상태에서도 고승민은 롯데 2루수의 새 역사를 썼다. 수술을 받고 더 건강해져서 돌아올 고승민의 2025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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