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0 대기록을 향한 길이 만만치 않다. 국내 선수 최초로 40-40에 도전 중인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김도영(21)이 38홈런에서 3경기째 발이 묶였다. 대기록에 대한 압박감 때문인지 한가운데 직구에도 파울이 났다.
김도영은 지난 27일 대전 한화전에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4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지난 23일 광주 삼성전에서 시즌 38호 홈런을 터뜨리며 40도루까지 채운 김도영은 40-40 대기록에 홈런 2개만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24일 광주 삼성전, 25일 광주 롯데전에 이어 27일 한화전까지 3경기째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3경기 연속 무홈런은 흔하디 흔한 일이지만 40-40 대기록 때문에 긴 침묵처럼 보인다. 경기수는 점점 줄어드는데 홈런을 쳐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한화전에서 김도영은 라이언 와이스를 맞아 1회 첫 타석에서 4구째 바깥쪽 낮게 들어온 느린 커브에 타이밍을 빼앗겨 2루 땅볼로 물러났다. 3회에는 와이스의 3구째 몸쪽 직구를 외야로 보냈지만 타구가 멀리 뻗지 못한 채 중견수에게 잡혔다. 6회에도 5구째 커브에 빗맞은 3루 땅볼로 물러났다.
8회 마지막 타석이 가장 아쉬웠다. 한화 우완 한승혁의 초구 직구가 한가운데 높게 들어왔다. 치기 좋은 코스였지만 배트 끝에 맞은 타구가 1루 관중석으로 향하는 파울이 됐다. 타이밍이 늦었고, 김도영도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어 2구째 몸쪽 직구를 받아쳤지만 중견수 뜬공으로 잡혀 무안타로 경기를 마쳤다.
KIA가 지난 17일 문학 SSG전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 40-40 기록 밀어주기에 나섰다. 타순을 3번에서 1번으로 끌어올려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설 수 있게 배려했다. 김도영도 홈런을 위해 삼진을 각오했지만 야구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있다.
1번 타자로 나선 최근 5경기에서 타율 4할2푼1리(19타수 8안타) 1홈런 2타점 OPS 1.244로 여전히 타격감은 좋다. 그런데 22타석에서 삼진은 하나밖에 없다. 홈런 스윙을 하려고 하고 있지만 볼을 건드리진 않는다. 고를 볼은 다 고르면서 정교한 타격이 이뤄지고 있다.
홈런을 작정하고 노리기 위해선 히팅 포인트가 앞에 있어야 하는데 최근 김도영의 타구들은 중앙에서 우측으로 치우쳐 있다. 38호 홈런도 중앙 담장을 넘어갔다. 다음날 잘 맞은 홈런성 타구도 중앙 펜스 앞에서 잡혔다. 올해 홈런 38개 중 중월(11개), 우중월(1개), 우월(6개) 홈런이 18개로 절반에 가까운 비율로 친 김도영은 히팅 포인트가 뒤쪽에 있는 타자다. 시즌 내내 그렇게 쳐서 몸에 배었기 때문에 홈런을 노린다고 해서 포인트가 한 번에 앞당겨지지 않는 모습이다.
결국 홈런을 의식하지 않고 김도영다운 타격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제 2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28일 사직 롯데전에 이어 30일 광주 NC전이 최종전이다. 심리적으로 최종전에 몰리면 쉽지 않다. 적어도 28일 롯데전에서 1개는 치고 광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부산 사직구장은 KBO리그에서 홈런을 가장 치기 어려운 구장 중 하나다. 2022년부터 홈에서 펜스 거리를 중앙 118m에서 120.5m로, 좌우 95m에서 95.8m로 늘리면서 외야 담장에 철망을 설치했다. 펜스 높이가 4.8m에서 6m로 높아지면서 홈런이 줄었다. 투수 육성을 위해 성민규 전 롯데 단장의 주도로 이 같은 구조 변경이 이뤄졌다. 팬들은 사직구장의 높아진 펜스를 두고 ‘성담장’이라고 부른다.
올해 사직구장에선 66경기에서 홈런이 97개 나왔다. 경기당 평균 홈런이 1.47개로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잠실구장(1.53개)보다 더 적다. 올해 김도영도 사직 6경기 29타석에서 홈런을 1개밖에 치지 못했다. 40-40 대기록을 향한 길목에서 성담장이란 최대 고비를 만났다.
이범호 감독은 27일 한화전을 앞두고 김도영의 40-40에 대해 “하늘에 맡겨야 한다. 오늘내일 중으로 하나 나와주면 아마 마지막 광주 홈경기에서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사직에서 하나 치고 광주에서 대기록을 세우는 게 가장 좋은 그림이다. 김도영의 스타성이라면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는 올해 경기당 평균 2.10개의 홈런이 나온 곳으로 파크팩터로 따지면 평균 수준이다. 김도영은 올해 광주 홈에서 69경기 16홈런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