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하고도 큰 경기에서 또 무너지며 새가슴 오명을 얻게 된 곽빈(두산 베어스)이 2차전에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프로야구 두산의 토종 에이스 곽빈은 지난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KT 위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 선발 등판해 1이닝 5피안타 2볼넷 1탈삼진 4실점 36구 난조로 패전투수가 됐다. 1차전 1회부터 난타를 당하며 3일 2차전 성사의 빌미를 제공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김민혁-멜 로하스 주니어 테이블세터를 볼넷과 좌전안타로 내보내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이어 장성우 상대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았는데 좌익수 제러드 영의 미숙한 중계플레이로 인해 타자주자 장성우에게 2루를 허용했다. 좌익수 실책 기록과 함께 무사 2, 3루 위기에 처했다.
곽빈은 후속타자 강백호와 오재일에게 연달아 적시타를 맞으며 순식간에 3점을 헌납했다. 오윤석의 희생번트와 황재균의 루킹 삼진으로 아웃카운트 2개를 늘렸으나 2사 2, 3루 위기에서 배정대 상대 1타점 중전 적시타를 헌납했다.
곽빈은 수비 도움으로 간신히 이닝을 끝냈다. 3루주자 강백호가 홈을 밟은 가운데 중견수 정수빈이 정확한 홈 송구로 3루를 거쳐 홈을 노린 오재일을 아웃 처리, 길었던 이닝이 끝났다. 1회 투구수는 30개.
곽빈은 0-4로 뒤진 2회말 또한 선두타자 심우준을 풀카운트 끝 볼넷으로 내보내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결국 두산 벤치가 움직였고, 곽빈은 외국인투수 조던 발라조빅에게 바통을 넘기고 조기 강판됐다.
경기 결과는 두산의 0-4 완패. 믿었던 에이스의 1회초 4실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와일드카드 결정전 4위 어드밴티지를 스스로 지운 두산이었다.
곽빈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30경기 15승 9패 평균자책점 4.24로 호투했다. 외국인투수들이 연이어 제 몫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1선발 역할을 수행했고, 지난달 26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삼성 라이온즈 에이스 원태인과 함께 공동 다승왕을 확정했다. 국내선수 다승 1위는 2017년 KIA 타이거즈 양현종 이후 무려 7년만이었다.
1차전 곽빈의 투구에 기대가 모아진 또 다른 이유는 그의 KT전 기록 때문이었다. 곽빈은 올해 KT만 만나면 펄펄 날며 6경기 5승 무패 평균자책점 1.51의 압도적 성적을 남겼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3월 26일 수원에서만 5이닝 3실점 노 디시전에 그쳤을 뿐 5월 12일 잠실 6이닝 무실점, 5월 30일 잠실 6이닝 무실점, 8월 17일 수원 7⅔이닝 2실점, 9월 7일 수원 6이닝 1실점, 9월 14일 잠실 5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모두 승리를 챙겼다.
가을야구를 향한 각오도 남달랐다. 작년 10월 19일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3⅔이닝 5실점 난조를 보이며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반등 의지가 강했다. 곽빈은 인터뷰에서 “작년은 내가 망쳤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그래서 후회 없이 동료들과 날 믿고 던지려고 한다. 오히려 올해는 1차전 선발이 부담이 덜하다. 2차전에 이기면 되지 않나”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곽빈의 KT전 강세도 설욕 의지도 가을 무대와는 인연이 없었다. 1점이 1점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단기전에서 1회에만 4점을 헌납, 팀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15승 다승왕을 차지하고도 또 다시 큰 경기 약한 모습을 보이며 언론과 팬들로부터 ‘새가슴’, ‘가을 공포증’이라는 조롱까지 받았다.
곽빈의 이날 투구수는 36개. 2차전에서도 곽빈을 또 기용할 거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승엽 감독은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내일 패하면 올 시즌을 끝내야하는 상황이다. 여차하면 발라조빅도 대기한다. 그런 마음으로 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곽빈은 명예회복과 함께 벼랑 끝에 몰린 팀을 구해 준플레이오프 무대로 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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