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7월말 베테랑 우완 투수 송은범(40)을 깜짝 영입했다. 지난해 시즌 후 LG 트윈스의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돼 사실상 은퇴 상태였지만 테스트를 거쳐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삼성은 오승환, 김재윤, 임창민 등 주축 불펜들이 체력적으로 지쳤는지 집단 난조를 보이며 역전패를 반복하던 상황이었다. 보험용으로 경험 많은 송은범을 데려왔지만 ‘왜? 굳이?’라는 물음표가 붙었던 게 사실이다. 40살이라는 나이도 그렇고, 1년 넘게 실전 공백이 있는 상태라 얼마나 활약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우려대로 송은범은 퓨처스리그에서 불안하게 시작했다. 첫 경기였던 지난 7월27일 KIA전에서 1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시작한 송은범은 8월9일 KIA전에선 1이닝 4피안타(1피홈런) 5실점(4자책)으로 난타당했다. 이틀 뒤 8월11일 KIA전도 1⅓이닝 2피안타 3볼넷 3실점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이후 3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막은 송은범은 8월29일 1군의 부름을 받았다. 당시 퓨처스리그 평균자책점 7.59였지만 1군에서 송은범은 기대 이상 투구를 했다. 처음에는 여유 있는 상황에서 추격조 임무를 맡았는데 맞혀 잡는 투구로 안정감을 보였다. 9월 중순 이후 이기는 상황에서도 투입되더니 홀드도 2개를 올렸다. 9경기 2홀드 평균자책점 1.08. 8⅓이닝 동안 안타 8개, 볼넷 1개를 삼진 2개를 잡고 1점만 내줬다.
표본은 크지 않지만 안정적이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경험이 워낙 많은 투수고, 제구도 안정돼 있다. 구위가 문제였는데 많이 올라왔다. 우리 팀에 필요할 때 필요한 투구를 해주고 있다. 큰 경기 경험도 많기 때문에 앞으로가 기대된다”며 포스트시즌에도 활용할 의사를 내비쳤다. 필승조까진 아니어도 추격조로 활용 가치를 증명했다.
그러나 송은범은 지난 5일 경산볼파크에서 열린 KT와의 퓨처스리그 시즌 최종전에서 실전 점검에 나섰으나 부진했다. 2회초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송은범은 안현민을 우익수 뜬공 처리한 뒤 이승현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김철호를 헛스윙 삼진 잡은 송은범은 안치영에게 볼넷을 내주며 2사 1,2루 위기를 맞았지만 신호준을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며 첫 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그러나 3회 선두 박민석에게 좌중간 안타를 허용한 뒤 2루 도루를 내줬다. 이어 권동진에게 좌중간 1타점 2루타, 강민성에게 1타점 중전 적시타, 최성민에게 우중월 투런 홈런을 맞고 순식간에 4실점했다. 안현민을 중견수 뜬공 아웃시킨 송은범은 총 투구수 49개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1⅓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4실점을 기록한 송은범은 삼성의 3-6 패배와 함께 패전을 안았다. 퓨처스리그 평균자책점 9.75로 마쳤다.
비록 이날 경기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1군에서 검증된 송은범에겐 퓨처스리그 성적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50개에 가까운 투구수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가을야구에서 상황에 따라 롱릴리프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삼성은 불펜 필승조 최지광이 지난달 중순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시즌 아웃됐고, 육선엽과 최하늘이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를 떠났다. 큰 변수가 없는 한 송은범은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송은범은 가을야구 경험이 풍부하다. SK, 한화, LG에서 무려 10번이나 가을야구에 나갔다.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23경기(7선발·47⅓이닝) 4승3패1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1.90. 특히 SK 왕조 시절 멤버로 한국시리즈에서만 12경기(4선발·26이닝) 3승1패1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2.08으로 호투했다.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며 3번이나 우승을 경험했다. 전성기가 지났지만 송은범의 이같은 관록이 삼성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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