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위즈 엄상백(28)이 준플레이오프 1차전 등판에 자원했지만 대신 2차전 선발투수로 나선다.
엄상백은 지난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와의 경기 전 인터뷰에서 “지금은 다들 힘들다. 나도 몸이 조금 무겁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올 시즌 29경기(156⅔이닝)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한 엄상백은 데뷔 후 세 번째 가을야구에 나선다. 아직 포스트시즌 등판은 없지만 가을야구나 다름없었던 지난 1일 SSG와의 5위 결정전에 선발등판해 4⅔이닝 4피안타 1사구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5회까지 마운드에서 잘 버텨내며 KT의 4-3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5위 결정전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모두 돌파하며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KT는 중요한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3-2 승리를 거뒀다. 지난달 28일 키움과의 시즌 최종전(5이닝 1실점 승리 48구), 10월 1일 SSG와의 5위 결정전(1⅔이닝 1실점 18구), 3일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1이닝 무실점 홀드 14구)에서 구원등판했던 고영표가 선발투수로 나서 4이닝 3피안타 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KT는 당초 엄상백과 고영표를 두고 1차전 선발투수를 고민했지만 고영표를 선발투수로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고영표와 함께 1차전 등판을 자원했던 엄상백은 “원래 오늘 내가 나가고 싶다고 감독님께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감독님이 ‘그러지 말고 오늘은 (고)영표를 오프너로 쓰고 하루 더 쉴 수 있는 사람은 쉬자’고 하셨다. 감독님이 배려해주신 덕분에 오늘은 내가 나가지 않고 쉴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1차전이나 2차전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루 더 쉰다고 엄청나게 달라지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5위 결정전 등판 이후 4일 휴식을 하고 2차전 선발투수로 나서는 엄상백은 “우리가 타이브레이크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했는데 모두 한 번이라도 지면 끝나는 경기들이었다. 그래서 선발투수들이 휴식 없이 등판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준플레이오프도 마찬가지다. 오늘도 혹시 몰라서 불펜에서 대기를 해야할 것 같다. 만약에 감독님이 나가라고 하면 나가서 던져야 한다”라고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KT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굳건한 마운드의 힘이 돋보였다. 1차전(4-0)과 2차전(1-0)에서 모두 무실점 승리를 거두며 와일드카드 결정전 역대 최다 연속 이닝 무실점 신기록(22이닝)을 세웠다. 특히 선발투수 윌리엄 쿠에바스(6이닝 무실점)와 웨스 벤자민(7이닝 무실점)이 13이닝 무실점을 합작하며 KT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엄상백은 “나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옆에서 그런 모습들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라며 웃었다. 올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는 엄상백은 “지금 당장은 FA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냥 매순간이 마지막 이닝이라는 생각으로 던지고 있다. 가을야구는 뒤에 투수도 많고 하기 때문에 일단 다 끝나고 생각을 하려고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KT가 시즌 초반 하위권을 전전할 때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며 휴식을 취했던 엄상백은 “그 때 정말 힘들었는데 큰 도움이 됐다. 우리가 초반에 막 10위를 하고 있는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내가 한 번 빠지고 그 다음부터는 괜찮아진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돌아보면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 때 쉬었던 것을 보답해야 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