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김민우(29)가 다치지 않았더라면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5강은 가능했을까. 가정은 의미가 없지만 올 한 해 한화는 김민우의 빈자리를 크게 실감했다.
한화가 올해도 8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선발진도 많이 아쉬웠다. 선발 평균자책점 7위(4.95)로 완전 바닥은 아니었지만 돌아온 에이스 류현진을 제외하면 어느 누구도 풀타임으로 로테이션을 돌지 못했다. 외국인 투수들의 잇따른 부상과 부진 속에 이닝 소화력이 떨어졌다. 선발진이 총 675이닝으로 10개팀 중에서 가장 적었다.
시즌이 가면 갈수록 한화는 ‘이닝이터’ 김민우가 생각났다. 2020년 26경기 132⅔이닝, 2021년 29경기 155⅓이닝, 2022년 29경기 163이닝을 던진 김민우는 3년 연속 팀 내 국내 투수 중 최다 이닝을 소화했다. 3년간 총 451이닝으로 리그 전체 8위, 국내 투수 3위로 이닝 소화력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중순 오른쪽 어깨 삼각근 부분 파열로 재활하면서 12경기 51⅔이닝 투구에 그쳤다. 절치부심한 김민우는 지난겨울 미국의 유명 야구 아카데미 ‘드라이브라인’에서 6주간 개인 훈련하면서 독하게 준비했다. 투수들의 구속 증가에 일가견 있는 드라이브라인에서 구위를 찾고, 체중도 10kg 감량하며 투구 템포나 리듬이 경쾌해졌다.
시범경기 때부터 강력한 구위로 기대감을 높인 김민우는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 3월26일 문학 SSG전에서 5이닝 2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 승리로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두 번째 등판이었던 4월7일 고척 키움전도 7이닝 5피안타(2피홈런) 2볼넷 7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하며 특유의 이닝 소화력을 뽐냈다.
그러나 3번째 등판이었던 4월13일 대전 KIA전에서 1회 공 4개를 던진 뒤 오른쪽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결국 4월30일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이른바 토미 존 서저리로 시즌 아웃되면서 한화는 계산이 서는 이닝이터를 잃었다. 구위 회복으로 기대감을 높인 시즌이라 더욱 아쉬웠다.
수술 후 서산에서 재활을 시작한 김민우는 어느새 6개월이 지났다. 이달부터 대전으로 장소를 옮겨 재활을 이어가고 있고, 이달 말부터 공을 던지며 단계별 투구 프로그램 들어갈 예정이다. 그는 “올해 볼도 좋았고, 개인적으로 너무 자신 있었기에 아쉬웠다. 마음이 그랬지만 수술 결정이 어렵진 않았다. 선택지가 수술밖에 없었다. 인대가 많이 나가서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아쉽지만 나한테 또 다른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했다. 이 시간이 아깝지 않게끔 착실하게 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우에게 토미 존 수술은 처음이 아니다. 마산 용마고 3학년이었던 2013년 토미 존 수술로 1년 유급한 바 있다. 10년의 시간이 흘러 두 번째 토미 존 수술을 한 김민우는 “한 번 해봤던 게 지금 재활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수술한 지 10년이 지났는데 10년이면 인대를 많이 쓴 거라고 하더라. 인대를 새로 갈아끼웠으니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김민우가 수술을 받고 재활에 들어간 사이 한화에는 김경문 감독이 왔다. 김민우와 도쿄올림픽 대표팀에서 함께한 인연이 있다. 김 감독은 김민우에게 “급하게 하지 말고 천천히 몸 잘 만들어서 와라”고 격려했다. 두 번째 토미 존 수술인 만큼 김 감독은 섣불리 복귀 시점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빠른 복귀보다 완벽한 회복을 바라고 있다.
김민우는 “구단과 트레이닝 파트에서 생각하시는 복귀 시기가 있을 텐데 거기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 지금 진짜 열심히 몸 만들고 있다”며 “김재민 트레이닝 코치님 도움으로 웨이트를 살벌하게 하고 있다. 몸이 더 좋아졌다”고 우람한 팔뚝을 자랑했다. 원래도 떡 벌어진 어깨와 두꺼운 상체로 ‘북극곰’이라 불렸던 김민우인데 재활을 하면서 몸이 더 좋아졌다.
지난달 29일 시즌 최종전 때 대전을 찾아 정우람의 은퇴식과 한화생명이글스파크 고별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본 김민우는 “시즌 마지막 경기에 와서 보는데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 그래도 앞으로 건강하게 잘하면 된다. 새 야구장도 어떨지 궁금해 죽겠다”며 신구장에서 복귀 시즌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