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외인 투수 제임스 네일(31)이 수비 실책 2개를 극복하며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이유를 증명했다. 불의의 홈런 한 방을 빼면 흠잡을 데 없는 투구였다.
네일은 2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에 선발등판, 삼성 라이온즈를 맞아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KIA가 0-1로 뒤진 상황에서 내려가 패전투수 요건을 안았지만 선발로 충분히 제 몫을 했다.
네일은 지난 8월24일 창원 NC전 이후 58일 만에 공식 경기에 나섰다. 당시 네일은 6회 맷 데이비슨의 강습 타구에 맞아 턱관절이 부러지는 끔찍한 부상을 당했다. 턱관절 고정술을 받고 정규시즌을 미리 마쳤지만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국내에 남아 치료와 재활에 나섰다.
포스트시즌 복귀를 목표로 준비했고, KIA가 정규리그 우승으로 KS 직행을 확정하며 조금 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지난 9일, 14일 광주에서 열린 상무, 롯데와의 연습경기에 각각 2이닝, 3이닝을 던지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부상 전 구위를 회복하면서 KS 1차전 선발로 낙점받았다. 이범호 KIA 감독은 지난 20일 미디어데이에서 네일을 1차전 선발로 발표하며 “올 시즌 최고의 투수였다고 생각한다. 평균자책점 1위(2.53)를 차지했다. 1차전 선발로 네일과 양현종을 두고 굉장히 고민했는데 네일을 먼저 내는 게 좋을 것 같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범호 감독의 선택과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네일이 증명했다.
비로 인해 경기가 67분 지연 개시된 영향인지 네일의 1회초 시작은 조금 불안했다. 삼성 1번 김지찬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시작했다. 하지만 다음 타자 김헌곤을 2루 땅볼 유도하며 4-6-3 병살타가 될 것으로 보였지만 1루수 서건창이 포구 실책을 범해 1사 1루가 됐다. 유격수 박찬호의 송구가 1루수 서건창의 미트에 들어갔다 뒤로 빠졌다.
1사 1루가 됐지만 네일은 흔들리지 않았다. 르윈 디아즈를 초구 볼 이후 2~4구 연속 스위퍼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강민호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아 2사 2,3루 위기에 몰렸지만 김영웅을 몸쪽 깊게 들어가는 스위퍼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수비 실책 악재를 딛고 1회초를 실점 없이 막은 네일은 2회초 박병호를 유격수 땅볼, 윤정빈을 투수 땅볼, 이재현을 3루 땅볼로 공 9개에 가볍게 삼자범퇴했다.
그러나 3회초 또 수비 실책으로 위기가 찾아왔다. 선두타자 류지혁에게 유격수 내야 안타를 맞았는데 박찬호의 송구가 1루수 키를 넘어 뒤로 빠지는 실책이 됐다. 무사 2루에서 이닝을 시작한 네일은 김지찬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3루에서 침착하게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김헌곤의 투수 앞 원바운드 타구를 잘 잡은 뒤 홈으로 뛰던 3루 주자 류지혁을 체크했다. 직접 공을 들고 빠르게 류지혁을 쫓아가 태그 아웃시켰다.
계속된 2사 1루에서 디아즈를 초구에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수비 실책을 또 한 번 실점 없이 극복한 네일은 4회초 3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위력을 과시했다. 강민호, 김영웅, 박병호 모두 네일의 스위퍼에 당했다. 강민호, 김영웅은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박병호는 몸쪽으로 휘어지는 백도어성 스위퍼에 얼어붙었다.
5회초에도 윤정빈을 투수 앞 땅볼 처리한 뒤 이재현에게 유격수 내야 안타를 허용했지만 류지혁을 바깥쪽 백도어 스위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김지찬을 3루 땅볼 잡고 이닝을 끝냈다. 5회까지 투구수가 66개에 불과했다. 삼성 선발 원태인도 같은 투구수로 5회까지 KIA 타선을 실점 없이 막으면서 팽팽한 '0'의 균형이 이어졌다.
결국 6회초 네일이 먼저 1점을 내줬다. 볼카운트 2B-2S에서 5구째 바깥쪽 낮게 들어간 시속 134km 스위퍼를 김헌곤이 밀어쳤고, 우측 폴 안으로 들어오는 솔로 홈런으로 이어졌다. 실투가 아니었는데 김헌곤이 제대로 잘 공략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네일은 다음 타자 디아즈에게 5구 만에 볼넷을 내준 네일은 무사 1루에서 장현식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총 투구수 76개로 스트라이크 50개, 볼 26개. 최고 시속 150km, 평균 147km 투심 패스트볼(38개)과 스위퍼(31개) 중심으로 체인지업(6개), 직구(1개)을 섞어 던졌다. 6개 삼진 모두 스위퍼로 잡아내며 위력을 떨쳤다. 김헌곤에게 맞은 한 방을 빼곤 흠잡을 데 없는 투구였다.
한편 네일이 내려간 뒤 KIA는 우완 불펜 장현식을 투입했다. 강민호에게 볼넷을 내주며 이어진 무사 1,2루 위기. 장현식은 김영웅 상대로 초구에 볼을 던졌는데 이때 심판진이 우천 중단을 선언했다. 경기 내내 내린 비가 굵어지면서 오후 9시24분 중단됐다. 비로 인해 경기 전 방수포를 3번이나 깔았다 걷어내길 반복했고, 오후 7시36분에 시작하며 66분 지연된 경기가 비 때문에 또 멈췄다.
만약 이대로 우천으로 인해 경기를 개시하지 못할 경우 서스펜디드 게임이 성립된다. 동점인 상황에서 원정팀이 이닝 초 공격에서 리드하는 득점을 냈을 때 홈팀의 공격이 시작하지 못했거나 해당 이닝 말 공격 때 동점 또는 역전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중단될 경우 공격과 수비 횟수 불균형으로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된다.
이날 경기가 서스펜디드 게임이 되면 22일 예정된 2차전 경기 시작 전 6회초 현재 상황에서 개시된다. 만약 경기가 재개돼 6회말을 마친 상태에서 우천으로 경기를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강우콜드 게임이 성립돼 삼성의 승리로 종료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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