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질이 아주 좋다. 기대하겠다.”
2024년 프로야구 신인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프리미어12 예비 엔트리에 포함된 김택연(19·두산 베어스)이 벌써 류중일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대비 첫 훈련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택연을 유일한 신인으로 발탁한 이유에 대해 “일단 김택연은 두산의 마무리투수다. 투구를 보니까 구질이 아주 좋더라. 기대해보도록 하겠다”라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KBO(한국야구위원회)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11일 2024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를 대비한 팀 코리아 훈련 소집 인원 35명을 선발했다.
구단별로는 LG 트윈스 6명, KT 위즈 4명, SSG 랜더스 2명, NC 다이노스 3명, 두산 베어스 4명, KIA 타이거즈 7명, 롯데 자이언츠 2명, 삼성 라이온즈 4명, 한화 이글스 1명, 키움 히어로즈 2명이 선발됐다. 포지션을 보면 투수 17명, 포수 3명, 내야수 9명, 외야수 6명으로 구성됐는데 두산 김택연이 2024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된 루키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김택연은 인천고를 나와 2024년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1라운드 2순위 지명된 우완 특급 유망주다. 입단과 함께 이승엽 감독의 눈도장을 찍으며 호주 시드니와 일본 미야자키 1군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했고, 스프링캠프 MVP에 선정되며 화려한 데뷔 시즌의 서막을 열었다.
김택연은 2024시즌 개막에 앞서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고 팀 코리아 엔트리에 승선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최강팀 LA 다저스를 상대로 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93마일(149km) 포심패스트볼을 앞세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제임스 아웃맨을 연달아 삼진 처리, 한미일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다저스 현지 매체가 "김택연은 이미 다저스 선수"라고 호평할 정도로 구위가 압도적이었다.
김택연은 빠른 1군 적응을 거쳐 전반기 도중 팀의 마무리를 맡았다. 뒷문을 든든히 지키며 올스타전에 초대됐고, 후반기 기세를 이어 60경기 3승 2패 19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08의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치렀다. 홀로 65이닝을 소화하면서 두산의 정규시즌 4위에 큰 힘을 보탰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가을야구 데뷔전을 갖고, 2⅓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으로 큰 경기에 강한 면모까지 뽐냈다.
김택연은 함께 명단에 포함된 유영찬(LG), 박영현(KT), 조병현(SSG), 정해영(KIA) 등 쟁쟁한 마무리 선배들과 함께 대표팀의 뒷문을 책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그 전에 경쟁을 거쳐 28인 최종 엔트리에 승선해야 하지만, 올해 퍼포먼스를 봤을 때 무난한 첫 성인 국가대표팀 발탁이 예상된다. 김택연은 아마추어 시절 U-18 야구월드컵에서 8일 동안 5연투 247구 투혼을 펼친 경험도 있다.
훈련 첫날 만난 김택연은 “서울시리즈 때는 신기한 마음이 강했는데 지금은 진짜 나라를 대표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아직 예비 엔트리이지만, 해외에 나가서 경기를 한다고 생각하니 책임감이 생기고,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라고 태극마크를 새긴 소감을 전했다.
현재 몸 상태는 어떨까. 김택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이후 일주일 쉬고 다시 준비했다. 컨디션이 떨어지는 걸 막으려고 노력했다. 잘 준비했다”라며 “오늘 훈련을 해보니 이번 주 안에 피칭을 들어가도 될 정도로 몸이 괜찮다. 내일 모레 바로 던져도 될 거 같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울시리즈에서 메이저리거를 압도한 김택연은 프리미어12에서 그들보다 한 수 아래인 마이너리거들을 주로 상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방심은 없다. 김택연은 “서울시리즈 때는 나에 대한 정보 없이 그냥 붙었기 때문에 당연히 투수가 유리했다. 난 아무 잃을 거 없이 던졌다. 원래 잃을 게 없는 사람이 가장 무섭지 않나”라며 “그래서 프리미어12는 오히려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본다”라고 바라봤다.
그래도 데뷔 시즌을 맞아 19세이브에 2점대 초반 평균자책점을 해낸 김택연이다. 그는 “올해 데뷔 전부터 일본 팀, 다저스랑 붙었고, 개막 후 마무리까지 올라가면서 여러 상황을 경험했다. 짧았지만, 해볼 수 있는 걸 많이 해봤다”라며 “프리미어12에 가서도 그 동안 해왔던 대로 배짱 있게 자신 있는 투구를 보여드리고 싶다. 나이답지 않게 가진 걸 다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다. 피하지 않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택연에게 끝으로 성인 국가대표로 치르는 첫 대회 목표를 물었다. 대표팀 마무리 후보인 그는 “감독님 말씀처럼 최소 4강에는 진출하고 싶다. 도쿄돔에서 던져보고 싶다”라며 “관중이 많으면 많을수록 힘이 나고 집중이 잘 되는 스타일이다. 관중이 가득 찬 국제대회에서 공을 던지는 게 기대된다. 그러기 위해 최종 명단에 꼭 들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