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감독 엔지 포스테코글루(59)가 아시아인을 향한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로드리고 벤탄쿠르(27, 토트넘)를 두둔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날 'BBC'는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 증가 추세를 보도하며 이에 대한 심각성을 강조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은 22일(이하 한국시간)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벤탄쿠르의 7경기 출장 정지 징계에 대한 구단의 항소 결정을 지지하며, 그를 '훌륭한 인물(outstanding person)'이라 언급했다"라고 보도했다.
벤탄쿠르는 손흥민을 겨냥한 부적절한 농담으로 비판을 받았다. 지난 6월 우루과이 방송에서 손흥민의 유니폼을 요청받은 그는 웃으며 "그 유니폼은 손흥민의 사촌 것을 줘도 될 것 같다. 다 비슷하게 생겼으니까"라고 발언했다. 이는 아시아인을 비하한 것으로 해석되며 논란이 일었다.
이후 벤탄쿠르는 손흥민에게 사과했고 손흥민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영국 축구협회(FA)는 "벤탄쿠르가 모욕적인 언행으로 축구계의 명예를 훼손했다"라며 7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10만 파운드(약 1억 7,600만 원)의 징계를 내렸다.
FA는 그의 발언이 "국적, 인종, 민족적 배경을 비하하는 내용으로 FA 규정 E3.2에 따라 가중 처벌 사안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벤탄쿠르는 인종차별 의도가 없었고 단순 농담이었다고 항변했지만, 독립 위원회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토트넘 구단은 벤탄쿠르의 징계가 과도하다고 주장하며 항소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를 공개적으로 지지, 구단의 결정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망언을 뱉었다.
포스테코글루는 "벤탄쿠르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처벌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며 "우리는 그가 징계 기간 동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벤탄쿠르는 훌륭한 동료이며 인성이 뛰어난 인물이다. 이번 일은 단순한 실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에서 팀 주장 손흥민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발언이 더 어처구니가 없는 이유는 앞서 BBC가 아시아인을 겨냥한 인종차별 심각성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BBC는 20일 "벤탄쿠르 사건을 통해 아시아인을 향한 인종차별 문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반인종차별 단체 '킥 잇 아웃(KIO)'에 따르면, 2023-2024시즌 동안 인종차별 사례는 395건으로 전 시즌 대비 급증했으며, 이 중 55%가 동아시아 선수를 겨냥한 것으로 나타났다.
KIO의 사무엘 오카포르 대표는 "팬들은 인종차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으며, 축구계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BBC는 황희찬이 당한 인종차별도 다시 언급했다. FIFA는 지난 10월 코모 1907 소속 마르코 쿠르토가 황희찬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한 혐의로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린 바 있다. BBC는 "손흥민 역시 잦은 인종차별 피해를 겪었고, 최근에는 노팅엄 포레스트 팬이 관련 사건으로 경기장 출입 금지 처분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토트넘은 벤탄쿠르의 징계에 항소하며 논란을 키웠다. 수비수 벤 데이비스는 "팀은 이 사건을 가볍게 넘기려 했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벤탄쿠르는 탁월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다. 그는 실수했을 뿐"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