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좌완 투수 유망주 김진욱(23)은 지난해 9월 시즌 마지막 대전 원정 때 큰 마음먹고 ‘괴물 투수’ 류현진(38·한화 이글스)을 찾아갔다.
15살 차이가 나는 대선배인데 그동안 일면식도 없었다. 조금 망설였지만 주저하지 않고 류현진을 찾아 그의 주무기 체인지업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다른 팀 후배의 갑작스런 요청이었지만 류현진도 흔쾌히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줬다.
그로부터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류현진의 팁에 힌트를 얻어 자신만의 체인지업을 익히는 과정에 있는 김진욱은 지난 10일 사직 LG전 시범경기에 선발등판, 4이닝 1피안타 1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총 투구수 45개로 체인지업도 4개 구사했다. 4회 오스틴 딘을 헛스윙 삼진 처리할 때 결정구로 체인지업을 써먹었다.
지난 13일 한화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만난 김진욱은 “경기를 하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공만 던질 순 없다. 다양하게 활용해야 하는데 체인지업도 상황이 되면 던져야 한다”며 “나름대로 타자 타이밍을 빼앗고, 스트라이크로도 던져서 괜찮았던 것 같다. 물론 더 많이 던지고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강속구가 일품인 김진욱은 변화구로 슬라이더, 커브를 주로 던졌다. 우타자를 상대할 무기가 부족했다. 지난해 19경기(18선발·84⅔이닝) 4승3패 평균자책점 5.31 탈삼진 87개로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우타자 약점을 떨치지 못했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223), 피OPS(.637)는 수준급이지만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290), 피OPS(.924)가 너무 높았다.
이에 김진욱은 우타자를 요리할 무기로 체인지업의 필요성을 느꼈고, 한화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 때 ‘체인지업의 대가’ 류현진을 찾아갔다. 그 이전까지 직접적으로 본 적이 없는 대선배였지만 용기를 냈다.
김진욱은 “체인지업을 너무 던지고 싶었다. 힌트라도 얻기 위해 여쭤봤는데 선배님이 너무 답변을 잘해주셨다”며 “제가 생각한 것과 다른 이론과 감각을 말씀해주셔서 놀랐다. 이후 (소)형준이 형에게도 물어봤는데 똑같은 느낌으로 연습한다고 해서 저도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스프링캠프 때 같은 팀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와 터커 데이비슨의 조언을 받아 체인지업 그립을 잡을 때 중지를 구부려 세우고, 약지에 힘을 줘서 각을 키우는 연습했다.

김진욱은 “여러 선수들의 조언을 받았지만 이런 연습을 할 수 있게 힌트를 얻은 것은 류현진 선배님 덕이 제일 크다”며 “이전까지 선배님을 뵌 적이 없었다. 간절한 마음으로, 살기 위해 찾아가 여쭤봤다. 변화구가 필요한데 체인지업이 저한테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돌아봤다. 류현진을 만난 김에 체인지업뿐만 아니라 커브로 완급 조절하는 방법도 물어보며 짧은 시간 많은 것을 얻었다.
그날 처음으로 류현진과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도 나눈 김진욱은 “그동안 워낙 많은 선수들이 물어보셔서 그런지 선배님이 놀라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말씀해주셨다”며 웃었다. 사이영상 3회에 빛나는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도 매년 스프링 트레이닝 때마다 류현진에게 배우려고 했을 정도로 메이저리그에서도 그의 체인지업 명성이 자자했다.
2021년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된 ‘특급 유망주’ 김진욱은 제구 불안과 단조로운 투구 패턴으로 기복을 보이며 성장통을 겪었다. 하지만 4년차였던 지난해 어느 정도 껍질을 벗기 시작했고, 올해는 4선발로 시즌을 맞이한다. 그는 “야구를 계속 못했기 때문에 생각을 바꿨다. 올해 잘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때로는 그런 생각이 안 좋게 작용하기도 한라. 너무 많은 생각에 얽매이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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