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출신 메이저리거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다. 이른바 ‘역수출’ 선수의 시초격인 ‘괴물 타자’ 에릭 테임즈(은퇴)부터 가장 최근에는 투수 카일 하트(샌디에이고 파드리스)까지 여러 외국인 선수들이 좋은 대우를 받고 메이저리그에 돌아가 활약했다.
그 중에서 가장 크게 성공하며 롱런 중인 선수는 투수 메릴 켈리(37·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2015~2018년 4년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활약한 뒤 애리조나에 스카우트돼 메이저리그 데뷔 꿈을 이룬 켈리는 금전적으로도 가장 큰돈을 벌었다.
2018년 시즌을 마친 뒤 애리조나와 2+2년 최대 1450만 달러에 계약한 게 시작이었다. 켈리가 빠르게 연착륙하면서 애리조나가 +2년 팀 옵션을 실행했고, 2022년 4월에 연장 계약까지 줬다. 2+1년 최대 2400만 달러에 계약했고, 이번에도 애리조나가 +1년 팀 옵션을 행사하면서 올해까지 7년째 동행이 이어졌다.
미국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연봉 자료를 집계하는 ‘스포트랙’에 따르면 켈리의 누적 수입은 3661만1111달러. 한국에서 4년간 누적 수입 370만 달러와 비교하면 10배 가까운 금액이다. NC 다이노스를 거쳐 2017년 메이저리그 복귀한 뒤 2020년까지 활약한 에릭 테임즈(1861만1111달러)보다 두 배 더 많은 수입으로 KBO 역수출 신화를 썼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켈리는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다. 30대 중후반 나이로 인해 장기 계약은 어렵지만 선발투수는 늘 시장 수요가 있다. 켈리가 올해 어느 정도 성적만 내면 지금보다 더 큰 연봉으로 단기 계약이 가능하다.
켈리는 검증된 우완 선발이다. 2019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6시즌 통산 140경기(824⅓이닝) 53승44패 평균자책점 3.82 탈삼진 744개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는 4월 중순 어깨 부상으로 이탈해 4개월 정도 쉬는 악재로 13경기(73⅔이닝) 등판에 그쳤지만 5승1패 평균자책점 4.03으로 투구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올해는 건강한 몸으로 시범경기를 치르고 있다. 3경기(7⅔이닝) 1승 평균자책책 2.35로 순조롭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가장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 12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 3⅓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애리조나 리퍼블릭’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켈리는 올해 새 무기로 슬라이더를 연마하고 있다. 켈리는 포심, 커터, 싱커 등 패스트볼 외에 체인지업이 주무기로 커브를 간간이 섞어 던졌다. 2022년까지 슬라이더를 거의 던지지 않았지만 2023년 5.5%, 지난해 11.8%로 비율을 늘려나갔다.
올해는 그보다 더 슬라이더를 많이 던질 계획이다. 애리조나에 새로 합류한 브라이언 캐플란 투수코치가 켈리에게 슬라이더 구사비율을 높이길 바라고 있다. 켈리의 슬라이더가 반대로 흐르는 구종인 싱커를 보완하는 기능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년간 꾸준하게 던지면서 투구 패턴이 노출된 켈리에겐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켈리는 “아직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반복 연습으로 감각을 익히면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도 많이 잡을 수 있을 것이다”며 “내 머릿속에서 바로 떠오르지 않는 새로운 레퍼토리인데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던지려 한다”고 말했다. 지금 페이스대로 슬라이더를 새로운 무기로 만든다면 보다 다양한 구종으로 승부할 수 있다. FA 대박의 발판이 될 수도 있는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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