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 명문 사학이 '역사 의식' 부재라니…"스벅 가야지" 5.18 조롱 논란, 배재고 야구부 어떤 '참교육' 받아야 하나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6.07.01 06: 00

1885년 미국 선교사에 의해 세워진 이후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온, 한국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학재단 학교 학생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역사 의식’ 부재라는 오명과 마주하게 됐다. 배재고 야구부의 조롱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달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전국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배재고와 광주일고의 경기 중이었다.  배재고 더그아웃의 선수들이 큰 목소리로 광주일고 선수들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응원 구호를 외쳤고, 또 “탱크데이”라는 단어로 상대를 조롱했다. 광주일고 측에서 제지하기 전까지 배재고 지도자 및 선수단, 학부모 등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해당 논란은 이미 지난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발생한 바 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텀블러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때 “5.18 탱크데이’라는 네이밍으로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로 홍보를 했다. 5.18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비하 표현으로 연상될 수밖에 없었다.  스타벅스 코리아를 소유한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회장은 사건 이후 대국민 공개사과를 하기도 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유튜브 캡처

5.18 민주화운동, 이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거대한 한 챕터를 차지한 사건이다. 독재에 저항했던 희생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인터넷 커뮤니티상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표현들이 만연했다. 이제는 그 표현들이 걷잡을 수 없이 일상생활에도 스며들었다는 것을 배재고 사건을 통해 확인했다. 해당 표현들의 심각성을 선수들은 물론, 현장의 지도자들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조롱의 피해자가 된 광주일고는 지난달 30일 곧바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 항의서한을 접수했다.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항의서한을 통해 “어제의 일은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산실이자 100년이 넘는 야구부 역사를 가진 광주일고 4만 동문과 전남광주특별시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지향하는 많은 이들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고 말했다.
2022년 청룡기 당시 배재고 선수들 /OSEN DB
이어 “정정당당하게 서로를 존중하는 교육의 장인 고교야구 경기장에서 혐오와 조롱이 여럿의 목소리로 울려 퍼진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조하며 “지역을 넘어 야구팬들에게 실망을 주는 행위이자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사라진 비도덕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교장은 “승패를 떠나 상대 선수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태도는 스포츠 경기의 기본이자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의 바탕”이라며 “승패와 같은 결과도 교육이지만 심판과 선수가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펼치는 전 과정이 또한 교육의 일환”이라고 재발방지와 징계를 촉구했다.
서울시 교육청도 사건을 인지하고 조사에 들어가는 등 교육 당국까지 나서고 있다. 이후 배재학당총동문회도 차원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배재고등학교 학생선수들의 부적절한 응원 구호와 관련하여 배재학당총동창회는 참담한 심정으로 깊은 유감과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고 말했고 배재고도 30일 오후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배재고는 “존경하는 광주제일고등학교 야구부와 구성원들, 광주 시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립니다”면서 “배재고등학교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일탈이나 실수가 아닌 윤리의식과 역사인식에 대한 총체적인 붕괴에서 비롯된 사태로 보고 있고, 심각하게 사안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상대방을 조롱하고 비방하는 방식의 구호로 스포츠 정신의 훼손을 야기했고, 그 비방의 방식으로 광주제일고를 상대로 5·18 민주화운동과 연관 지은 비방 구호를 사용한 것은, 배재고 구성원들이 윤리적·역사적 문제의식을 충분히 공유하지 못했음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이에 대해 참담하고 부끄러운 마음을 느낍니다. 배재고등학교는 이번 일을 통해 우리 학생들을 올바르게 가르치지 못했다는 점을 통감하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고 고개를 숙였다.
배재고등학교 사과문 전문
그러면서 자체 진상 조사와 징계절차를 진행한다고 강조하며 “이번 일로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학생들에 대한 지도와 조치를 넘어 학교 공동체 전체가 반성하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도록 하겠습니다”며 “조롱이 아닌 배려를, 혐오가 아닌 연대를 가치로 삼는 교육 공동체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광주제일고등학교 야구부와 구성원 분들, 광주 시민 분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고 사과했다. 
광주일고의 항의서한을 받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1일 스포츠공정위원회에 해당 사안을 회부할 예정이다. 협회는 “광주일고와 배재고 경기 중 발생한 사안에 대해 관련 경위와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라면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를 개최해 관련 규정에 따라 공정하고 엄정한 절차를 거쳐 필요한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재고의 사건이 처음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 아마추어 야구에서 이런 비하와 조롱의 표현이 만연하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하지만 화이팅과 조롱은 반드시 분간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배재고 야구부는 과연 어떤 참교육을 받아야 할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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