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개국으로 커진 월드컵이 감독 13명의 자리를 삼켰다. 홍명보 전 한국 대표팀 감독도 대회 참가 사령탑의 27%가 떠난 퇴진 대열에 포함됐다.
영국 ‘가디언’이 11일(한국시간)까지 집계한 2026 북중미 월드컵 감독 이탈자는 13명이다. 사임과 경질, 계약 만료를 모두 합친 숫자다. 조별리그와 32강, 16강을 거치며 네 명 중 한 명꼴로 벤치를 비웠다.
숫자를 풀면 12개 대표팀에서 13명이 떠났다. 튀니지가 조별리그 도중 감독을 바꾼 뒤 후임까지 사임해 이탈자가 두 명으로 잡혔다. 대회 출발 때의 48개국 감독 수와 비교하면 27.1%다. 32강 진출 문은 넓어졌지만 성적표를 받아든 협회의 인내는 길어지지 않았다.

한국도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홍 감독은 2024년 7월 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무승 탈락 이후 10년 만의 복귀였지만 두 번째 도전도 조별리그에서 멈췄다.

한국은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연달아 패했다. 마지막 남아공전에서는 승점 1만 더해도 토너먼트 문을 열 수 있었지만 0-1로 무너졌다. 다른 조 결과를 기다린 끝에 탈락이 확정됐고 홍 감독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홍 감독은 준비한 입장문에서 대표팀 사령탑은 결과가 부족할 때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책임이 큰 자리라는 취지로 말했다. 2014년에는 조별리그 1무2패, 2026년에는 멕시코와 남아공전 연패가 마지막 장면이 됐다. 두 차례 월드컵 모두 16강 문을 열지 못했다.
대회 도중 잘린 감독도 있었다. 튀니지는 첫 경기에서 스웨덴에 1-5로 대패하자 사브리 라무시 감독과 결별했다. 후임 에르베 르나르가 급히 지휘봉을 잡았지만 조별리그 12실점을 막지 못했다. 르나르도 부임 18일 만에 사임했다.
포르투갈의 로베르토 마르티네스는 스페인과 16강전에서 0-1로 패한 뒤 자리를 내놨다. 월드컵 우승을 위해 왔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했으니 계속할 이유가 없다는 말로 2023년부터 이어진 임기를 끝냈다.
독일의 충격은 더 컸다.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32강에서 파라과이에 덜미를 잡힌 뒤 대표팀을 떠났다. 2023년 한지 플리크의 후임으로 부임해 세대교체를 이끌었지만 월드컵 한 경기 패배가 결별로 이어졌다.

네덜란드의 로날트 쿠만 감독은 모로코와 승부차기 패배 뒤 사임했다. 에콰도르의 베카세세 감독은 공동 개최국 멕시코에 0-2로 패한 32강전이 마지막 경기였다. 멕시코의 아기레 감독은 잉글랜드와 16강전에서 2-3으로 진 뒤 수석코치 라파엘 마르케스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오랜 동행도 막을 내렸다.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은 크로아티아를 2018년 준우승과 2022년 3위로 이끌었다. 2017년부터 지휘한 최장수 사령탑이었지만 포르투갈과 32강전에서 1-2로 패한 뒤 계약 종료와 함께 물러났다.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도 우루과이의 조별리그 탈락 뒤 3년 계약을 마쳤다. 스코틀랜드를 세 차례 메이저 대회로 이끈 스티브 클라크 감독, 체코를 20년 만의 월드컵 본선으로 데려간 미로슬라프 쿠베크 감독도 사퇴했다.
조별리그 탈락 팀부터 32강과 16강에서 멈춘 강호까지 벤치가 흔들렸다. 계약 종료와 자진 사퇴, 즉각 경질까지 쏟아졌다. 13명의 명단에는 우승 경험자와 장기 집권자, 대회 직전 투입된 소방수까지 뒤섞였다.
가나의 케이로스 감독은 부임 석 달도 되지 않아 콜롬비아와 32강전 패배 뒤 떠났다. 사임 의사를 소셜미디어에 먼저 올리자 가나 체육장관이 정식 사직서를 받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패배의 후폭풍은 경기장 밖 절차로 번졌다.
떠나는 방식은 달랐다. 계약이 끝난 감독이 있었고 패배 직후 스스로 책임을 진 감독도 있었다. 협회가 첫 경기 뒤 바로 칼을 뽑은 사례도 나왔다. 그러나 마지막 숫자는 같았다. 48개국 가운데 12개 팀이 월드컵이 끝나기도 전에 새 벤치를 준비했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