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병은이 웃을 때마다 극강의 긴장감을 선사하며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 빌런’의 탄생을 알렸다.
박병은은 JTBC 토일드라마 ‘아파트’(극본 김윤영, 연출 조용원, 제작 SLL, 레드나인픽쳐스(주))에서 두 얼굴을 가진 섬뜩한 빌런 이충원 역을 맡아 광기 어린 악역 연기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인물의 복잡다단한 감정선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극의 긴장감과 완성도를 끌어올려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첫 방송부터 이충원이라는 인물에 완벽하게 녹아들어 강렬한 도장을 찍었던 박병은은 회차가 거듭될수록 캐릭터를 한층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탄탄한 연기 내공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오만신도시를 자신의 왕국으로 만들려던 거대한 계획이 틀어지자 잔혹한 분노를 폭발시켰던 장면은 시선을 압도했다. 마치 남의 일인 양 “세상에 오만지구가 빠졌네. 너무 속상하다”라며 무심하게 읊조리던 이충원은, 이후 신도시 지정에 연루된 오만시장과 국회의원, 장관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혹독한 응징을 가했다. 오만시장에게 다금바리회를 권하는 척하다가 한 주먹 가득 집어 그의 입에 강제로 밀어 넣고, 초장까지 얼굴에 문지르는 기행을 벌이며 광기 어린 본색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 장면에서 박병은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한번만 아~ 해주세요”라고 애원하다가 순식간에 분노에 찬 서늘한 눈빛으로 돌변하는 감정의 변곡점을 완벽하게 포착해 냈다. 뒤틀린 이충원의 속내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 박병은의 잔잔한 말투와 잔혹한 행동을 통해 더욱 극대화되며 소름을 유발했다.
또한 박병은은 점증적으로 분노의 크기를 키워가는 이충원의 심리를 신선하게 풀어내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극 중 박해강(지성 분)이 동대표가 되자 입대회 회장 서강원(백현진 분)에게 전화를 걸어 “재밌어~ 진짜 재밌는 사람이에요”라며 호탕하게 웃다가도, 이내 “재미는 재미로만 끝나야 합니다. 아셨죠”라고 낮게 읊조리며 서늘한 경고를 날리는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이처럼 큰 감정의 진폭을 자신만의 독창적인 호흡으로 조율하며 시청자들을 극 안으로 빨아들였다.
무엇보다 이충원이 웃음을 터트릴 때마다 짙은 광기가 서린 빌런의 면모가 선명해진다는 점에서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배가됐다. 오만신도시에서 유물이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자 마지막 한 피스만을 남겨둔 만 피스짜리 퍼즐을 사정없이 던져버린 후 미친 듯이 폭소하는 모습, 박해강이 트루밸류 영웅을 넘어 입대회 회장까지 당선되자 서강원을 찾아가 피가 날 정도로 무차별 폭행을 가하며 요란하게 웃어 제끼는 모습은 강렬한 잔상을 남겼다. 심지어 얼굴과 안경, 손에 피가 묻은 상태로 개의치 않고 단지 안을 서성이는 모습에서는 거대 빌런의 아우라가 가득 뿜어져 나왔다.
이렇듯 박병은은 이충원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인 매력을 지닌 악역으로 진화시키며 작품에 팽팽한 텐션을 불어넣고 있다. 이제 입대회 회장에 오른 박해강과의 본격적인 전면전이 시작되며 한층 속도감 있는 전개가 예고된 가운데, 과연 박병은이 이 광기 어린 캐릭터를 또 어떻게 변주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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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파트'